지난 일상의 기록
20170105 싱싱한 죽음
아마드그레이
2017. 1. 5. 20:27
소의 큰 눈망울도, 소고기도 좋아하는 나는 그다지 의지가 강한 사람이 아니다.
간헐적인 채식이라고 하지만 고기가 생각날 때 한번씩 참는 정도다.
오늘은 몸이 좋지 않다는 핑계를 찾았다. 집에 있는 미역으로 국을 끓이기 위해 정육점으로 향했다.
우리 동네에는 서로 가까운 거리에 정육점이 두 군데 있다.
1. 인상 좋은 아저씨가 운영하는 정육점. 카드도 되고 조금 더 싱싱한 고기를 판다는 평을 받는 곳.
2. 마음씨 좋은 할머니가 오랫동안 운영해온 곳. 간판을 돌아가면 연탄이 쌓여 있고, 할머니가 홀로 지내는듯한 방과 한 몸인 곳.
현금을 뽑아 할머니네 정육점으로 갔다. 별 이야기도 없이 웃는 얼굴로 고기를 내어주신다.
고기는 군데군데 누런 빛이 돈다. 오래 냉장되어 있으면 이렇게 되는 걸까.
그래도 미역국은 맛있다.
오래 오래 누런 힘줄을 씹다 보니,
송아지의 눈망울을 떠올리며 귀한 고기를 먹던 사람들이 있었겠지.
언제부터 나는 더 붉고, 많고, 연하고, 싱싱한 죽음만 찾고 있었던 걸까.
오늘도 감사한, 그만큼 죄스러운 마음으로 나선 산책길
지나가는 삼겹살 집에서 고소한 냄새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