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상의 기록
20160314 농부의 마음
아마드그레이
2016. 3. 15. 01:56
1. 넓지 않지만 시끄러운 도로변을 지나가며 그는 말했다. 그림을 팔아서 먹고 살겠다고. 그다지 자주는 아니었지만 어떤 진지한 이야기를 할 때보다 가장 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술이 돈으로 귀결되었기 때문은 아닌 것 같고. 아마 그는 '먹고 산다'의 고민을 시작했고, 나는 그와 연관되는 예술의 가치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 사람에게서 느끼는 어떤 것과는 별개로, 때로 예술을 한다는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이상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무언가. 그게 뭘까.
2. 예컨데 농부 같은 단어들이 나는 참 좋다. '화가'가 싫었던 건 아니지만 농부가 조금 더 직설적으로 예술적으로 보인다. 누군가 그랬던 것 처럼 온 마음으로 생명을 키워내는 존재. 그것으로 생명을 살리는 존재.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장 인간다운 존재.
3. 사람은 밥만 먹으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 농부가 생명을 키워내어 사람들의 생명을 지속시키듯이, 화가나 예술가도 뭔가를 만들 수 있겠지. 사람들이 말하는 예술이 뭔지는 모르겠다. 내가 예술이라 말하고 싶은 것은 적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어떤 것이면 좋겠다. 인간의 마음으로 생명을 살리는 어떤 것. 그리고 예측할 수 없는 사람들의 세상을 지켜나가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