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 싫은 사람 참 오랜만이다. 글로 안 좋은 감정을 풀어내고 싶지 않았는데, 그동안은 그럴만한 일도 없었다는 걸 덕분에 깨닳았다. 회사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배부른 소리겠거니 했는데. 이제야 이해가 된다. 내 탓으로 돌리고 말지, 무덤덤하게 생각해버리는 그에게도 온갖 사람들이 책임을 덮어 씌웠겠지. 다들 왜 저럴까, 그렇게 용기가 없나, 갸우뚱 하고 말아버리지만 결국 또 하나의 상처가 되곤했다. 왜 그를 이해하지 못했을까.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아파서 누군가에게 기대조차 하지 않는 습관 때문인지 나는 뭘 주고도 곧잘 잊어버린다. 그렇게 살다보니 누가 내게 주어도 나처럼 여기겠지 싶은데,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어떤 친구들은 내가 되돌려주지 않는다고 야속해했다. 사실은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당신은 내게 주면서 동시에 받지 않았던가? 나는 마음을 나누고싶지 거래를 원하는 게 아니다. 이제 곁에는 이런 내게 불만이 없는 사람들만 오래된 친구로 남았다.

하긴 길게보면 진짜가 남더라. 이런 글을 쓰게 한 사람도 스쳐갈 것이고 가타부타 어줍잖은 이야기도 결국 진짜가 남겠지. 내가 참 좋아하는 멋진 이들이 내 곁에 남아주었듯이. 내게 맞지 않는 일들은 천천히 다시 정리하자. 내게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괴로워하지 말자. 좋은 사람들이 있고, 나를 위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그들을 조금 더 사랑하고 사랑한다 이야기해야지. 그리고 내게도 존재할 저 모습을 늘 경계해야지.

또 이렇게 마음을 쏟아내고 위안받고 잠이 들었는데, 일어나보니 다른 생각이 든다. 혼자서 받는 상처, 혼자서 하는 위안, 혼자서 하는 일들이 익숙해져버린 것은 그냥 타고난 성향 때문일까? 다른 이들과 감정을 나누고 부딛혀나가는 일들이 귀찮다거나, 때때로 별 것 아닌 듯이 쉽다거나 하는 것이 살아있는 나에게 좋은 것일까? 아니면 나도 남들처럼 겪고 움츠리고 용기내면서 살아가는데 예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때로는 사소한 모든 일들이 가치있는 듯이, 때때로 모든 일들이 허무하게 느껴진다. 궁극적으로 세상은, 또 나의 삶은 변화하는 것 같지 않으며 또 항상 변화하고 있는 듯이 느낀다. 모든 것에는 양 극단이 함께 존재한다는 이야기처럼 내 삶의 부정적인 면을 완전히 없앨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내가 그렇듯 아마 세상도. 단지 그림자가 흔들리도록, 우리가 인식하는 그림자를 바꿔놓겠다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내게는 '나'도 어떤 그림자일 뿐이다. 그럼 이건 어떻게 흔들어놔야 하나. 무엇보다 중요하고 동시에 아무 것도 아닌 고민이 다시 머리를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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